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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사 허용 실효성 논란...의료계 "소송 남발에 누가하겠나" 조롱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정부가 보건의료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에 올랐을 경우,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도 국내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발표하며,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한 층 더 깊어지고 있다.의료계는 정부가 자초한 의료대란의 폐해를 수습하기 위해 외국의사까지 끌어들이려 한다고 비판했지만, 복지부는 외국 의사의 의료행위 허용 확대에 대한 의료계 부정적 시선은 확대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정부가 보건의료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에 올랐을 경우,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도 국내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발표하며,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한 층 더 깊어지고 있다.보건복지부는 지난 8일 외국의사면허 소지자가 국내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내용을 규정한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이달 20일까지 입법예고했다.그동안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가 우리나라에서 의사가 되려면 외국에서 의대를 나오고, 외국에서 의사 면허를 딴 뒤, 한국에서 예비 시험과 의사 국가고시를 봐야했다. 그렇지 않은 외국의사는 제한된 상황에서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었다.의료법 시행규칙 제18조는 외국면허 소지자의 의료행위로 ▲외국과의 교육 또는 기술협력에 따른 교환교수의 업무 ▲교육연구사업을 위한 업무 ▲국제의료봉사단의 의료봉사 업무에 한해 보건복지부장관 승인을 받아 진행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정부는 여기에 보건의료 재난 위기 단계가 '심각'인 경우를 추가할 예정이다.복지부는 의견수렴 절차 이후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포한 날부터 외국 의사의 국내 의료행위 허용을 시행할 계획이다.보건복지부 고위관계자는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 의사들이 비상 상황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열어두는 규정을 만들어주려는 것"이라며 "근거를 만들어 두면 유사시에 해당 규정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정부는 지난 2월 19일 의대증원 정책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에 나서자, 2월 23일 오전 8시를 기해 보건의료 재난경보 단계를 기존 '경계'에서 최상위인 '심각'으로 끌어올렸다.즉, 의료법 개정이 완료되면 지금과 같은 상황 속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가 대학병원 등 다양한 의료기관에서 진료 등과 같은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그는 "현재의 보건의료 '심각' 단계는 건물이 무너지거나 하는 등의 재난은 아니지만 비상 상황"이라며 "이러한 상황 속 외국인 의사 면허 소지자도 봉사 차원에서 의료행위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이어 "시행규칙 입법예고 시점이 지금이기 때문에 의료계에서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는 확대해석"이라며 "보건의료 재난 위기 단계가 '심각'인 경우로 제한하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수입을 위한 의료행위를 허용한다는 등의 개념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무분별한 외국인 의사 진료 허용은 국민 건강권 위협"하지만 의료계는 의정 갈등 장기화 속에 전공의에 이어 일부 교수진까지 병원을 떠나자, 정부가 의료 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까지 동원하려는 것이 아니냐고 입을 모았다.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무분별한 외국인 의사 진료 허용은 결국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일"이라며 "의대증원을 위해 일방적이고 무리한 정책을 추진해 의료대란을 야기하고 항의하는 의사들을 상대로 행정처분·구속수사·면허취소 등 겁박과 탄압을 이어왔다"고 지적했다.또한 그는 "3차 의료기관은 의료 체계 붕괴 직전인 상황으로 당장 5월이 지나면 전공의들이 수련기관으로 돌아갈 시기가 지나 수련을 포기해야 한다"며 "10년 뒤 의사수를 늘이겠다는 급진적 정책의 폐해가 지금 우리 눈앞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어 "언어가 통하지도 않는 외국의사들을 제대로 된 의사고시 평가 없이 허용해서 진료에 투입하겠다는 발상은 국민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라며 "정부는 이제라도 잘못된 정책의 방향을 수정하고, 의료계와 대화의 창을 열고 원점부터 재검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서울시의사회 관계자 또한 "의료대란을 자초하고 이를 수습한다는 목적으로 외국의사면허 소지자를 활용하겠다는 정부의 생각이 놀랍다"며 "정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의사를 향한 고소, 고발을 남발하는 나라에 어느 나라 의사가 와서 의료행위를 하려고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2024-05-09 05:30:00정책

안덕선 의평원장 "무리한 의대증원, 제2 서남의대 사태 우려"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기존 정원의 3~4배 증원을 요청한 학교들은 의과대학을 신설하는 수준으로 많은 인력과 재정이 필요하다. 단기간에 급격히 많은 정원을 확대하면 제2의 서남의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정부의 의대 증원 신청 조사 결과, 전국 40개 의과대학은 정부가 제시한 2000명을 훨씬 뛰어넘는 '3401명'이라는 대규모 증원을 제시했다.1년이 채 남지 않은 2025학년도에 기존 의대 정원의 약 2배에 달하는 신입생을 모집해도 충분히 교육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특히 정원이 50명 미만인 '미니의대'들은 기존 정원의 4배까지 증원을 요청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하지만 의학교육전문가는 단기간에 급히 정원을 확대할 경우, 한국의학교육평가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일명 '부실의대'라는 나락으로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학교육전문가는 단기간에 급히 정원을 확대할 경우, 한국의학교육평가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일명 '부실의대'라는 나락으로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안덕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연세의대 교수)은 "정부와 각 대학은 의대 정원을 대규모 확대해도 의학 교육 질을 제고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우려가 크다"며 "특히 학생수가 대폭 늘어나는 미니의대는 기존 시설을 확장하고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 등 다방면에서 굉장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실의대 피하려면 시설·인력·프로그램 등 정교한 준비 필요"2025학년도 신입생들을 교육할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을 갖췄는지 여부는 올 연말에 평가할 예정이다.의평원은 ▲교육기본시설 ▲교육지원시설 ▲교수인력 ▲교육프로그램 ▲지원체계 등을 전반적으로 평가한다.안덕선 원장은 "아직 실질적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현재 의학교육평가원 기준으로 봤을 때 인증을 받지 못해 부실의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제2의 서남의대 사태가 발생하는 불행한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의평원 인증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교육부가 그에 맞는 적절한 조치를 내린다. 실제 서남의대는 지난 2018년 의평원 평가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끝내 폐교된 바 있다.의대생 동맹휴학으로 텅 빈 의과대학 강의실 모습.  안덕선 평가원장은  "의평원 인증을 받지 못한 의과대학 졸업생들은 의사 국가고시에 응시할 자격이 없어진다"며 "전국 의과대학은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안 원장은 "만약 한 반도체회사가 갑자기 2배 이상 많은 제품을 생산하라고 지시한다면 사전 준비가 필요한 요소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기존 품질을 유지할 수 있냐는 것"이라며 "인재를 키워내는 과정은 제품 생산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더욱 정교하고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어 "의평원 인증을 받지 못한 의과대학 졸업생들은 의사 국가고시에 응시할 자격이 없어진다"며 "전국 의과대학은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설과 인력, 정교한 프로그램 등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다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40개 의대 '주요변화평가' 업무 신설..."의평원,업무 부담 우려"한편, 2025학년도에 40개 의과대학이 모두 증원을 요청하면서 의평원 업무 부담 또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의평원 규정에 따르면 정원이 10% 이상 늘어나는 대학들은 '주요 변화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안덕선 원장은 "올해 의과대학 10개 내외에 대한 정기평가 및 중간평가가 예정돼 있는데 여기에 더해 40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주요변화평가를 진행해야 한다"며 "인력은 똑같은데 업무가 대폭 증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주요변화평가는 의과대학이 교육 장소를 변경하거나 정원을 10% 이상 증감하는 등 큰 변화를 앞두고 있을 때 이에 대한 사전준비가 완료됐는지를 평가하는 제도로, 평상시에는 진행하지 않는다.안 원장은 "40개 의과대학 모두를 대상으로 한 번에 주요변화평가를 진행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지난해 말부터 의평원 내부적으로 주요변화평가 절차와 기준 등을 마련하고 있지만 평가에 상당히 많은 인력과 재정이 필요해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이어 "양질의 의료인력을 배출하는 것은 정부의 책무 중 하나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다"고 덧붙였다.
2024-03-07 05:30:00정책

24년도 의사국시 실기 합격률 95.5%…전년대비 소폭 하락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24년도 의사국시 실기시험 결과가 발표됐다. 내년도 새내기 의사가 될 응시생 합격률은 95.5%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다.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은 지난 9월부터 11월 3일까지 실시한 제88회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합격자를 1일 발표했다.내년도 의사국시 실기시험에는 전체 3212명이 응시해 3069명이 합격해 95.5%의 합격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합격률인 96.2% 대비 0.7%p하락한 수치다.실기시험 합격여부는 국시원 홈페이지(www.kuksiwon.or.kr)에서 확인 가능하다. 응시자는 합격자 발표일 5일 이내인 12월 5일 저녁 6시까지 국시원 홈페이지를 통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자료제공: 국시원 
2023-12-01 12:05:59병·의원

"안녕하세요? 학생의사 OOO입니다"

메디칼타임즈=조윤아 학생(경북의대) "안녕하세요? 학생의사 OOO입니다."의사 국가고시 합격을 위해 모의환자 앞에서 수도 없이 내뱉는 말이다. 환자가 어떤 이유로 병원에 오게 되었는지, 그 증상의 양상은 어떠하고 동반증상은 없는지, 환자가 과거에 앓거나 현재에 앓고 있는 질병은 없는지 자세히 파악해야 한다. 환자의 대답을 바탕으로 환자의 병명을 추측하고 이에 맞는 추가 진단과 치료 방법, 생활 개선 방법을 환자에게 추천한다. 문진의 기본이며 그렇기에 다양한 상황에 맞추어 연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모의 환자 역시 적절히 증상을 보여주기 위하여 주기적으로 교육을 받는다.그러나 병원에서 만나는 실제 환자는 사뭇 다르다. 모의 환자와는 다르게 그들은 내가 스스로를 '학생'이라 칭하지 않는 이상 나를 의사라고 생각한다. 하얀 가운에 가려져 'PK실습생'이라고 적힌 명찰은 간과되기 십상이다. 환자들은 내게 종종 길을 묻기도 하고, 간단한 의학지식들을 질문하기도 한다. 알고 있는 것이 있을 때도 있지만, 섣불리 대답하기는 망설여진다. 그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담당의사 선생님께 물어봐야 할 것 같아요" 정도이고, 이내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자연스럽게 숙인다.이런 와중에 "안녕하세요? 학생의사 OOO입니다"를 시도해야 할 순간이 가끔씩 나타난다. 외래에 초진으로 방문한 환자의 예진을 해야 하거나, 회진을 참관하다가 환자에게 궁금한 점이 생기는 경우가 그러하다. 특히 증례발표 준비를 위해 환자의 전반적인 문진이 필요할 때는 비상이다. 주치의도 아닌 사람이 와서 환자에게 질문을 하니 환자의 마음속에 불신을 심어주지는 않을지 조마조마하다. 마음씨 좋은 어떤 교수님이 "제 학생인데 이 학생이 오늘이나 내일쯤 찾아갈테니 잘 대답해주세요"라고 말씀해주시면 정말 감사하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은 뜬금없이 잘 치료받고 있는 환자에게 찾아가 "안녕하세요 학생의사 OOO입니다", "병원에는 어떤 문제로 오셨어요?"라고 묻기에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이미 주치의 선생님들과 교수님이 다녀간 상황이라면 환자는 같은 말을 여러 번 하게 만든다고 짜증낼 수도 있다. 한 번은 당신은 돈이 없으시다며 잡상인 취급을 받아본 적도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가야 한다. 환자의 마음이 이해는 가면서도, 깊이 있는 배움에 필수적이라 놓칠 수 없는 과정이다.대부분의 의과대학에서는 문진을 비롯한 진료과정과 수술을 비롯한 치료과정이 도제식에 가깝게 교육된다. 임상의학의 이론만 배워서는 적절히 의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으며 환자와의 관계 형성이 최근 더욱 중요시되고 있는 가운데 병원에서의 실습을 필수적이다. 이것이 병원이라는 공간에 환자와 의료인 외의 '학생'이 존재하게 된 이유다.다만 대부분의 환자는 PK실습생의 존재에 대해 모르는 듯하다. 유행했던 드라마인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잠깐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것만 확인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렇지만 서울대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소위 빅5 병원이나 내가 있는 경북대병원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상급 병원은 수련병원이다. PK실습생들이 환자진료와 치료과정을 참관하며 배우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고, 의료서비스 발전에 필수적이다. PK교육에 관심있는 교수님들이 때로 적극적인 자세로 환자를 자세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시지만 학생에 대한 낮은 인지도 때문에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할 때가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그러니 환자들이 병원에 교수님이 있고, 레지던트가 있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PK실습생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인지해주시길 희망한다. 외래에서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사 외에도 열심히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봐 주면 좋겠다. 혹시 언젠가 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안녕하세요? 저는 학생의사 OOO입니다"고 말하는 학생을 만난다면, PK학생들인가 보다 하고 학생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대답해 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PK학생들은 환자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아 주셨으면 좋겠다. 어느 날 병원에 다녀오신 할아버지께서 치료를 받는 도중 학생들이 쳐다보니 당신이 마치 마루타가 된 것 같았다는 말씀을 듣고 화들짝 놀란 경험이 있었다. 환자분는 수치심이나 불편감을 느끼실 필요가 없다고, 미래의 자신을, 미래의 지인을, 미래의 가족들을 위해 투자하고 계신 거라고 말씀드렸는데 이해해 주셨다. 환자의 의식이 조금씩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다.오늘도 조심스레 책임감을 높이는 주문을 되뇌어본다. "안녕하세요? 저는 학생의사 OOO입니다."
2023-06-12 05:00:00오피니언

'대화'에도 필요한 연습

메디칼타임즈=박수연 학생(연세원주의대) 의과대학 학생들은 재학 중 단순히 '의사가 알아야 할 지식'을 학습하는 게 아니라 졸업 후 의사 직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진료 역량을 갖추기 위해 '의사가 하는 일'을 배우고 훈련한다. 이에 발맞추어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은 2022년도 하반기 기준 48개의 임상표현을 주제로 문진과 임상술기로 구성되는 기본진료술기를 평가하는 CPX(Clinical Performance examination)를 시행한다.이중에서 의대생들은 병력 청취, 신체 검진, 환자 교육, 환자-의사 관계 형성으로 구성된 진료 수행을 '표준화 환자(SP, Standardized Patient)'와 함께 연습한다. 표준화 환자는 진짜 환자의 특성을 습득하도록 교육받은 일반인 또는 연극배우로 설정된 환자의 병력, 신체 소견, 감정적 반응을 일관성 있게 반복적으로 재현하고, 개인차를 고려해 학생의 행동을 수행기준에 따라 평가한다. 이들은 실제 임상에서 내원하는 환자의 상황과 유사한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학생들이 배운 여러 가지 임상 기술(정보 수집, 신체 검사, 임상 예절, 환자-의사관계 등)을 직접 적용하게끔 상황을 제공하고, 다음에는 보다 유려하게 대처하고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도록 피드백을 준다.진료 수행은 크게 초기 관계 형성 – 병력 청취 – 문진 – 신체 진찰 – 환자 교육 및 상담의 순서로 진행된다. 환자와 의사의 효과적인 의사소통은 정확한 진단과 효과적인 치료계획을 수립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요소임과 동시에 진료의 만족도와 환자 순응도를 결정하는 주 요인으로 작용해 진료 결과와 건강 증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우리는 일상에서도 무수히 많은 형태의 의사소통을 하고 있으며 대다수의 경우 소통 상 큰 오류 없이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의사소통에 관해 따로 지면을 할애한다는 부분이 언뜻 의아하게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의료면담은 의사와 환자 간에 이루어진다는 특수한 성격을 띤 의사소통이기 때문에 일상 대화에서보다 많은 주의점이 요구된다. 주의해야 하는 지점들을 관통하는 핵심은 결국 '환자'라는 주체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되어 있느냐에 의해 결정된다.환자는 소통 상대방인 의사 보다 의학에 관한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며 특정한 문제로 인한 고통 또는 불편이 있는 상태다. 또한 대다수가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없고 건강한 청년인 의과대학생과 달리 말이 느리고 청력이 떨어지는 노인부터 어려운 용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소아까지 소통에 있어 고려해야 할 요소가 다양할 수 있다. 의사는 청자의 특성을 고려하며 면담을 이끌어나가야 하는데, 가령 소아를 상대로 한 면담에서는 신체 부위를 지칭하는 용어를 사용하는 대신 그림을 그려 가며 환자로 하여금 짚게 하는 예를 들 수 있겠다. 본인 확인을 할 때 의사의 발음을 듣는 환자가 헷갈릴 수 있으므로 환자가 직접 자신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말하게끔 하는 개방형 질문을 사용하는 것 역시 이러한 예가 되겠다. 진료의 주요 의제를 정할 때에도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 물으면 가장 주요한 의제 대신 불편한 곳을 모두 말할 수 있기 때문에 '오늘 병원에 온 이유' 등의 표현을 활용한다.다른 한편, 무조건적인 양보와 배려를 해야 한다는 지나친 의무감은 오히려 관계의 역동에서 장기적으로 해가 될 수 있다. 가령 금단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며 약물 처방을 요구하는 환자를 마주하는 물질 오남용 증례에서는 불편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되 요구대로 따라서는 안 된다. 환자안전에 있어서 의료진의 오류를 사과하고 대처를 안내하는 의료 오류 말하기의 경우에도 실수를 한 해당 의사를 못 믿겠다며 의료진을 교체해달라는 환자의 요구를 그대로 들어주는 것보다 실수를 한 본인이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하는 태도가 장기적으로는 더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신뢰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진료수행은 환자가 호소하는 문제에 대해 감별을 위해 필수적인 항목을 빠트리지 않도록 체계적인 정보수집과 문제를 인식하는 개념적인 뼈대가 되는 스키마를 바탕으로 한 임상추론이 주 골자이지만 이들이 효과적으로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결국 의사소통 능력이 요구된다. 매일같이 하는 대화는 얼핏 쉬워 보이지만 기실 서로의 의사를 주고받는 과정에서는 수많은 오류가 발생하고, 때로 이 오류들은 발생되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채로 간과되기도 한다. 제대로 된 대화는 환자의 관심, 생각, 기대, 불안 등에 대해 탐색하고 환자를 정신사회적 측면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로 비로소 얻어진다.이 글은 대화에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당연한 진리를 환자와의 대화를 통해 깨달은 경험에 관한 감사함과, 이를 통해 일깨워진 경각심에 대한 기록이다.
2023-06-05 05:10:00오피니언

[메타라운지]의대생을 위한 학원, 메디프리뷰 권양 대표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Q: 메디프리뷰는 어떤 학원인가요?A: 저희는 의과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입니다. 사실 의대 공부가 생각보다 어려워요. 또 유급이라는 독특한 제도가 있어서 대부분 학생 다니면서 힘들어 합니다. 다들 이런 부분을 도와줄 만한 학원이 없는지 생각할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그래서 의대 졸업 후 우연한 기회에 학원을 만들었다.Q: 의대생 유급방지 꿀팁을 제시해준다면?A: 영업비밀이라 말씀드려도 될지 모르겠네요.(웃음) 세상에 공부는 두 가지가 있어요. 경시대회가 있고 시험 공부가 있거든요. 경시대회는 기출이 없고 시험공부는 기출이 있죠. 여러분들이 의대에서 보는 시험은 바로 기출이 있는 시험공부입니다. 그래서 의대시험은 뭐다? 족보다. 누군가 당신보다 공부를 잘한다면 그 사람이 당신보다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고 오로지 족보를 잘 본 것이고, 당신 또한 누구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닌 역시 족보를 잘 본 것입니다. 그런데 족보를 잘 보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죠. 어쨌든 족보에 초집중을 하면 의대에서 유급을 당하는 건 막을 수 있을 겁니다.하나 첨언하면 시험공부를 할 때, 난이도에 따라 3단계로 공부하는 걸 권해요. 1단계 노력해 맞출 수 있는 문제 2단계 노력을 많이 해야 맞출 수 있는 문제 3단계는 더 어려운 순으로… 먼저 쉬운 것부터 그 다음 단계로 서서히 난이도를 올려가면 큰 문제없이 학교를 졸업할 수 있습니다.Q: 의대생을 위한 학원,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요?A: 의대 졸업후 응급실에서 근무할 때 단발성으로 시험을 어려워하는 친구들에게 강의를 만들었는데 성공을 했어요. 그런데 이런 건 스터디로만 가능하니까 의사 국가고시 관련 강의를 준비해야겠다 생각이 들어 국가고시 학원을 만들게 됐습니다.Q: 결혼정보사업도 겸하고 있는데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나요?A: 의대생을 위한 학원을 20여년 하다보니 성인남녀들이 있잖아요. 주변에서 한번쯤 해보라고들 하더라고요. 실제로 저 때문에 만나서 함께 밥 먹다보니 부부가 된 사람들도 꽤 많아졌고요. 최근에는 결혼 트렌드가 많이 바뀌었어요. 배경보다는 본인의 능력을 우선하는 쪽으로요. 과거에는 이를 상향혼이라고 하고 요즘은 동질혼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커플매니저부터 대표까지 모두 의사출신으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의사라는 직업적 특성에 대한 이해가 뛰어나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Q: 젊은의사를 위한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이유는?A: 사업은 타인의 불편을 해결해주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학원사업에 많이 관심을 갖다 보니까 제가 늘 보는 사람들은 젊은 의사들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불편에 관심을 갖다보니 여기까지 오게된 것입니다.Q: 임상의사와 CEO중 무엇에 더 관심이 있으신지요?A: 당연히 CEO입니다. 사업은 세상이 변화하는 것에 대해서 내가 대처하고 따라가면서 맞고 틀리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어요. 그에 비해 의료는 천천히 바뀌기 때문에 속도가 느리죠. 규제도 많고요. 사업은 자유도가 높아 좋습니다.Q: 의대생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A: 의사의 벼슬은 내가 무슨 과의사고 어떤 일을 하느냐 입니다. 내가 속한 의과학교 랭킹이 높다고 거기에 안주하지 마시고, 내가 속한 학교의 랭킹이 낮다고 의기소침해할 필요없다. 의대 바깥 세상에서 의사가 돼서 내가 무엇을 하고, 어떤 의사로 살 것인지에 대해 많이 생각하셨으면 합니다. 
2023-04-10 05:30:00병·의원

이화의대-델토이드, 메타버스 의학교육‧연구 업무협약

메디칼타임즈=황병우 기자델토이드는 이화여대 의과대학과 메타버스 의학 교육 및 연구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델토이드는 이화여대 의과대학과 메타버스 의학 교육  업무협약 모습이번 업무협약은 의료 교육과 메디컬 헬스케어 산업 분야에서 교류 협력하고 인재 양성을 위한 목적으로 이뤄졌다.협약식은 의학과 4학년 대상 자유선택실습 교과목의 한 프로그램으로 신설된 '의료혁신과 여성벤처Ⅱ' 수강생들이 아이디어와 구체적인 디자인 설계를 맡아 만들어진 '메타버스 강당'에서 이루어졌다.또 학생들은 메타버스 공간 내에서 수업 받으며 의사 국가고시 준비를 위한 스터디룸, 개방형 열람실, 동아리방, 조별 프로젝트실 등 실제 학생들의 니즈에 맞는 다양한 메타버스 공간을 기획 및 설계해 의미를 더했다.이화여대 의과대학 하은희 학장은 "국내 의과대 최초로 메타버스 공간에서 의료 교육을 진행하고 업무 협약을 체결하는 첫 발자취를 남기는 뜻 깊은 행사를 기쁘게 생각한다"며 "향후 다양한 수업에 메타버스를 적극 활용해 4차 의료 산업을 이끌어갈 인재 양성에 앞장서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이어 델토이드 김요섭 대표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이대 의과대와 협력해 의료 교육 및 산업 분야에서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협력 모델을 발굴하며, 의료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및 확장에 더욱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한편, 협약식에는 의과대학의 하은희 학장, 정성애 교무부학장, 델토이드의 김요섭 대표 등 양 기관 관계자들이 오프라인이 아닌 메타버스 내에 참석해 진행됐다. 
2023-03-16 20:59:26제약·바이오

한의사 오진사례 수집 나서는 한특위…환송 재판 정조준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관련 법적 공방이 재개될 전망이다. 의과계는 대법원 판결을 뒤집을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한의사 오진사례 수집에 나서는 모습이다.26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가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파기 환송된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재판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가 한의사 오진사례 수집에 나설 계획이다.앞서 대법원은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결하며 그 근거로 ▲한의사 초음파기기 사용 금지 규정 부재 ▲보조적 사용 시 보건위생상 위해 가능성 적음 ▲한의학적 의료행위와의 무관성 증명 어려움 등을 제시했다.초음파기기 자체의 위험성이 크지 않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한의사 초음파기기 사용에 새로운 판단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한특위는 이 같은 대법원 판결을 뒤집기 위한 이론적 접근을 준비하고 있다. 확정판결이 아닌 무죄 취지의 파기 환송이기 때문에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와 관련 한특위 조정훈 위원은 "이번 판결은 심각한 오류가 있다. 대법원은 헌법재판소 결정이 10년 지난 과거고 그동안 한의과대학 진단기기 교육 과정이 보완·강화돼 왔다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불과 2년 전인 2020년, 헌법재판소에서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판결이 나왔다"고 강조했다.이어 "대법원은 이런 사실을 의도적으로 누락하면서도 한의과대학 교육 과정이 강화됐다는 주장의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반면 관련 교육이 부실하고 한의사 국가고시에서도 의과계 자료를 불법도용했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고 지적했다.한특위 김교웅 위원장 "이번 재판은 환자가 오진으로 실제 피해를 본 경우임에도 현실과 상관없는 이론적인 관점에서만 판결이 내려졌다"며 "기본적으로 진단기기는 안전한 것이 당연하다. 이를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문제가 생기는 것인데 이번 재판은 논점이 벗어났다고 본다"고 말했다.한특위는 파기 환송을 기회 삼아 이번 판결을 원점에서 재접근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응 논리를 구축하는 한편, 한의사의 진단기기 사용 위험성을 알리기 위한 사례를 수집하겠다는 것.현재 대표적인 문제 사례로 거론되는 것은 ▲2012년 성장전문 한의원들의 성장판 닫힘 진단 및 한약 판매 ▲2015년 초음파 영상을 통한 한방다이어트 효과 허위과장광고 의혹 ▲2016년 대한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 골밀도 시연 오진 의혹과 이번 재판 대상인 P한의사 자궁내막암 오진 사건 등이다.한특위는 한의사 오진은 크게 이슈화되지 않는 경향이 있어 사례 수집에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진단기기 사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오진율이 높은 것의 반증이라고 강조했다.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현재 진단기기는 한의학적 적응증을 상정하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어서 한의사가 사용할 경우 단편적으로 활용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기기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인데 단순히 위해가 가지 않는다고 사용을 허가하는 것은 방향이 잘못됐다"고 말했다.이어 "한의사의 진단기기 사용은 공식적인 것이 아니다 보니 사례가 쉽게 모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의협이 공식적으로 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적극적인 사례 수집을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2022-12-27 05:30:00병·의원

여유로움과 불안함 그 사이 어딘가

메디칼타임즈=이진규 학생(경북의대) 의과대학 교육과정은 예과 2년과 본과 4년으로 구성되어있다. 그 가운데 본과 1학년, 2학년 과정은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을 나누어 집중적으로 배우게 되는 과정이고 본과 3학년, 4학년 과정은 학교가 소속된 3차 대학병원에서 임상 실습을 통해 실제 의료 현장에서 행해지는 practice를 보고 경험하며 우리나라 의료의 실제적인 현장을 공부하게 된다.비교적 집약적으로(intensive) 진행되는 본과 1, 2학년 과정에 비해 본과 3, 4학년 과정에서는 개인별로 학습에 자율성이 주어지는 과정이기에 학생에 따라서 여유로운 시간 일 수도, 그 어느 과정보다 분주한 과정일 수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필자의 경험에 기반해 느꼈던,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주어지는 여유와 실습 및 국가고시라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 사이에서 의대생들이 경험하는 여러가지 사례들에 대해 소개해 보고자 한다.Case 1) 훌륭한 임상 교수가 목표인 모범생 A군 본과 1, 2학년을 마치고 대학병원에서 임상 실습을 진행하게 되는 첫 해인 본과 3학년에 강의와 텍스트, 시험으로만 접하던 의학지식이 눈앞에서 살아 숨쉬는 경험을 하게 되며 의학 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동반자이자 선생님이 되는 환자를 접하게 된다. 이는 대부분의 조무래기 학생의사에게 실로 큰 인상을 남기게 되는 큰 경험이다. 이 때 원하기만 한다면 하루종일 병원에서 교수님 및 환자들과 소통하며 공부 할 수도, 혹은 주어진 만큼의 과제만 수행하고 남은 시간을 자유롭게 보낼 수 있다.각 분야에서 뛰어난 임상의로 인정받아 3차 병원인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계시는 임상 교수님들을 바라보며 동경의 마음을 품고, 삶의 목표로 정한 모범생 부류들이 있다.이 친구들은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는 것에서 넘어 내과계의 클래식이자 현재 표준 치료 가이드라인의 많은 부분을 수록하고 있는 해리슨 내과학부터 레지던트가 참고할 만한 각 분과별 전공서적을 겨드랑이에 끼고 실습을 공부하고 준비한다. 물론 그중에는 좋은 실습점수로 인기과 전공의 자리를 얻고자 노력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그들 역시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와 치료를 제공하는 의사를 꿈꾸는 것은 동일하기에 그들의 노력 역시 칭찬받아 마땅하다.Case 2) 삶과 일의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한 효율추구형 B양대학병원에서 임상 실습에 참여하는 의대생을 속칭 PK라고 일컫는다. 복잡하고 어려운 수술 참관이 가능한 과와 달리 보여지는 부분이 적은 과의 실습에 배정된 경우에는 주어지는 일정과 과제가 그리 부담스럽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그제서야 본과 1, 2학년 때 억눌러왔던  워라밸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의대 졸업 이후의 삶에서 개발할 자질을 개발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쏟는 친구들이 등장한다.이들의 관심사는 다양하다. ▲주식, 부동산, 대출 등 자산 관리 부터 ▲보컬, 미술, 운동 등 예체능 개발 유형 ▲활발한 미팅, 소개팅 등 연애 상대 탐색 유형 ▲병원 실습을 핑계로 얻은 차를 이용한 국내 여행 유형 및 ▲단순 집콕 휴식 유형까지. 중간 중간 임상의학종합평가, 의사국가고시라는 불안요소들에 마음이 쓰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 불안 요소들을 미래의 나에게 맡기며 자신만의 삶과 일이 균형잡힌 대학생활을 만들곤 한다.Case 3) 자신만의 뚜렷한 주관으로 비임상 진로일지라도 도전하는 C군도제식 교육이 주가 되는 의과대학 및 병원에서의 수련 시스템은 보편화된 선배의사의 삶을 따라 살기 쉬운 환경이다. 이런 관점에서 case 3은 큰 분류로는 case 2의 효율 추구형에 속할 수 있지만, 기존 의과대학과 병원이 만든 질서를 거부하고 다른 길에 관심을 가진 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의사가 개척할 수 있는 비임상 진로의 경로는 다양하다. 기초 연구, 창업, 봉사, 법률 자문, 기자, 제약회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진로에 관심있는 의대생들이 한 목소리를 내고 함께 뜻을 모아보고자 설립한 메디컬 매버릭스라는 전국 의대생 연합 단체를 통해 의사가 되기 전인 의대생의 입장에서 여러가지 비임상 진로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들을 만들어가고 있다.일례로, 필자가 케이닥 회사와 연합해 진행 중인 의사-의대생 연합 지역 의료봉사를 통한 의료 소외지역 환자의 기본적인 건강검진 사업을 올해만 두차례 진행했다. 여기에는 케이닥 뿐아니라 투비 닥터, 의대생 신문, 델토이드 등 여러 의대생 단체 및 스타트업 및 대학병원 교수님들까지 함께 행사에 참여해왔다.그 외에도 병원에서 발굴한 환자의 니즈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미발굴된 사회적 이득을 창출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창업을 진행한 사례들도 있다. 이처럼, 가슴 뛰는 비임상 진로를 향한 의대생의 진출과 그 과정에서의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Case 4) 인생 한방! 국시에 올인하는 D양본과 4학년 실습의 모든 과정을 마친 이후 모든 의대생들의 의사가 되기 직전 마지막 관문이 의사 국가고시 필기시험을 위해 약 1년도 더 남은 시점인 본과 3학년부터 준비하는 친구들이 있다. 마치 수능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처럼 이들은 실습 스케쥴에 맞추어 국가고시 기출문제집을 미리 섭렵하고 실습에 임하는 가하면, 더러는 매일 문제 개수 혹은 시간을 정해 놓고 자신만의 스케쥴에 맞추어 국시 공부를 차근차근 해나가기도 한다.아무래도 시험을 위한 공부이기에 좋은 성적으로 인턴 모집 경쟁이 치열한 병원에 지원하고자 하는 목적일 가능성이 높지만 아무렴 어떤가. 의사 국가고시 역사 1차 진료의인 일반의에게 의사로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소양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노력 역시 이들이 훌륭한 의사로 성장하는 데 좋은 재목이 되어 줄 것임이 틀림없다.  이처럼 2년이라는 상대적으로 주어지는 여유로운 시간들을 각자 다양한 모양으로 살아간다. 그 어떤 모습이든 충분히 의미있고, 가치있는 시간들이겠지만 그럼에도 놓쳐서는 안될 중요한 두가지가 있다.첫째는, 본 업에 충실하지 못한 의료인에게 허락되는 여유는 없다는 것. 다시 말하면 병원에서 진행되는 임상실습에 충실히 임한 다음에야 시간을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의사 인생에서 많은 부분을 결정짓는 세부전공을 깊이있게 고민하고 경험해볼 수 있는 아주 귀중한 시간임을 인지하고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탐색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고민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의과대학을 마무리해가고 있는 필자 역시 부끄럽게도 완료하지 못한 고민이지만, 모든 교수님들이 입모아 이야기하는 중요한 시간인 만큼 후배 선생님들께 의미 있는 이야기로 전달되기를 소망해본다.
2022-12-05 05:30:00오피니언

국시 앞둔 의대생, 본과를 마무리하며

메디칼타임즈=이진규 학생(경북의대) 2019년 초, 논술형 공부에 익숙해져 있던 공대생이 의대에 편입해서 듣게 된 첫 수업 '골학캠프'에서 수도 없이 많은 뼈 이름들을 외우면서 의대로 진로를 변경한 것에 대해 큰 회의를 겪곤 했다. 선배들이 진행해주는 단 1주일짜리 수업안에 매일 퀴즈와 시험들이 가득했고, 발음도 어려운 의학용어를 외울 뿐 아니라 의미를 이해해야 겨우 뭐라도 적고 나올 수 있었기에 '이게 맞나...'라는 생각을 매일 같이 억누르며 공부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의대에 들어와서 첫 시험이었던 골학 최종 시험을 끝내고 나서 1주일간 정말 힘들었지만 앞으로 이런 시간을 4년이나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눈앞이 깜깜하면서도 그만큼 성장해 있을 미래의 내 모습과 수많은 난관들을 이겨내고 시험 성적 따위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 또한 기대하곤 했다.그렇게 본과 2년 동안 1.5주에 1개 정도되는 빈도로 시험을 치렀고, 매 시험마다 PPT 약 2000장 분량의 공부량을 소화하는 극기 훈련(!) 단계를 거쳤다. 매일 6-7교시 이상의 수업이 진행되었고 시험이 몰려있는 주간에는 일주일 간 하루 평균 16시간 공부했던 적도 있었다. 그 와중에도 나 자신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매일 아침을 챙겨먹고 QT 말씀으로 마음을 정돈하고자 노력했다. 아무리 바쁜 시험 전날이라고 해도 절대 밤을 새워서 공부하지 않고 수면시간을 지키겠다는 철칙을 세우고 지켰다. 그럼에도 기대에 차지 않는 성적을 마주할 때면 일시적으로 마음이 무너지곤 했지만 그럴 때면 그 과목을 배우기 전의 나를 떠올렸다.마치 적을 상대하는 카우보이가 가슴속에 실탄을 충전하는 것처럼 의사가 된 내게 걸어 들어오는 환자와 함께 들어오는 병이라는 녀석을 공략할 수 있는 총알을 지니고 있어야 그에 맞는 대처가 가능할 터이기에 현재 배우고 있는 본과 과정의 각 과목들은 미래의 나에게 적절한 총알이 되어 줄 거라고 믿었다. 비록 시험으로 평가되는 성적이 탁월하지 못하다고 해도 내가 미래에 만날 환자를 위한 총알을 준비하는데 있어 부끄러운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하루 이틀, 한달 두달을 버텼다.본과 3학년, 설레는 마음으로 내 얼굴이 들어간 병원 출입증과 아직도 어색하기만한 의사 가운을 걸치고 병원에 들어가 선배 의사 선생님들과 다른 의료진, 환자와 보호자를 마주하는 임상 실습(PK) 과정을 시작했다. 첫 실습 시작 전날 일요일 저녁, 같은 조 동기들과 병원 구조를 미리 익히겠다며 병원을 구석구석 돌아다녔던 기억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실습 과정에서 접했던 외래 진료, 수술방, 회진, 술기 참관, case conference 등 매 순간 흥미롭고 새로운 경험들로 즐겁고 뜻 깊게 시간들을 채울 수 있음에 감사했다.특히 본과 1, 2학년 때 공부했던 질병과 그에 대한 진단과 치료들이 실제로 눈앞에서 행해지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게임속 2D 캐릭터가 3D로 살아 숨쉬는 것을 보는 듯했다. 약 1년 반 동안 PK 실습을 진행하면서 환자 및 보호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느꼈던 것들, 교수님의 말씀으로부터 배운 내용들을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 PK 일기로 정리해왔다. 그 중에서 인상깊었던 몇 가지만 공유하고자 한다.정신건강의학과 한달간 정신과 실습을 돌면서 하루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10시간 가까이 폐쇄 병동에서 입원환자들과 동거동락하면서 많이 생각하고 배우고 정신과 환자를 이해할 수 있었다. 전통적으로 정신질환자에게 붙여지는 딱지인 환자가 죄를 많이 지어서, 혹은 태어날 때부터 잘못되어서 같은 것들이 얼마나 잘못된 것들인지 느낄 수 있었다. 병으로 인해 가장 억울한 사람은 환자 자신이며 그 안에 담긴 자신 만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오히려 힘들더라도 살아 내기 위한, 처절하게 삶을 지켜 내고자 하는 그들의 살아 숨쉬는 생명력을 볼 수 있었다.정신과 병동 입원 환자들에게서는 심심치 않게 손목에 자해흔을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양하다. 우울해서, 불안해서, 죽고 싶어서 등등…깊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많은 환자들의 이야기 속에서 어떤 형태로든지 사랑이 부족했음을 느끼게 된다. 정신과에서는 약물이나 수술 외에도 면담자 자신이 치료로 사용될 수 있기에 실습 기간 동안 최대한의 사랑을 공급해 줘야겠다고 다짐했다.거창하거나 대단한 것이 아니라 그저 잘되기를 바라는, 평안하기를 도와주자는 마음으로 관심을 가지고 오래 이야기를 나누고 항상 격려하고 지지해주고 나눈 이야기를 다음 날에도 기억하고, 환자가 좋아하는 것들을 퇴근 후에 찾아와서 다음날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감사 일기를 적고, 동등한 위치에서 나의 아픈 이야기도 나누었고, 함께 웃고 울기도 했다. 실습이 끝난 지금도 그들의 이름과 얼굴, 함께 나눈 이야기를 떠올리며 그저 그들의 오늘과 내일이 평안하길 소망한다.비뇨의학과 비뇨의학과 실습의 끝자락에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겼던 신장 이식 수술. 신장을 받는 사람은 100kg에 육박하는 34세의 만성신부전 말기 아들, 놀랍게도 신장을 주는 사람은 59세 아버지. 아버지도 사구체여과율(GFR) 55로 당신의 신장도 온전하지 않음에도 어떻게 아들에게 기증을 결정했을 지 수술을 보는 내내 머리 속이 복잡했다. 건강한 아버지가 수술대에 올라가고 배 속에 복강경 기계를 넣고 멀쩡한 신장을 조심스럽게 분리하자 드러나는 신장에 피를 공급하는 신장동맥. 생각보다 두껍고 활력있는 신장동맥을 결찰하고 떼어내기 위해 큰 집게로 위아래를 찝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신장의 목숨줄을 조여오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분리한 신장을 배밖으로 꺼낼 때 아버지의 따뜻한 피가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고 그 모습을 숨죽인채 지켜보는 비뇨의학과 의료진 6명과 신장을 받아서 연결하러 온 8명의 이식혈관외과 의료진들...가시고기. 자식을 낳은 이후 기력이 다할 때까지 그들을 보호하는 삶을 살다가 결국에는 자신의 몸을 자식의 먹이로 내어주는 가시고기의 부성애가 떠올랐다. 자식의 부족함을 나무라거나 비난하기보다 제 한 몸 아끼지 않고 내어주는, 생명줄을 조이는 것 같은 아픔을 감내하고 피를 뚝뚝 흘려가며 아버지가 아들에게 주고 싶었던 것. 14명의 의료진이 숨죽이며 지켜볼 수밖에 없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전해주고 자했던 그 소중한 무엇. 사랑.비록 고될 것으로 보이는(?!) 병원 생활이 개인적으로 두렵지만, 누군가의 가장 소중한 그것을 잠시 맡아 최선을 다해 온전하게 전달해 줄 수 있는 영광은 의료진에게 주어진 축복임이 분명하다.재활의학과 케이스로 받아 1주일간 주치의처럼 붙어 다녔던 40세 척수 손상 남자 환자. 소방공무원으로 일하던 환자가 밤 중에 자전거를 끌고 집에 가는 골목길에 뒤에서 시속 60-70으로 오던 차에 치여 흉추 및 경추 부분 외상으로 응급실로 실려왔다. 슬프게도 척수손상 환자 평가 및 예후(ASIA scale) T4 level complete로 대소변 조절이 불가능하고 젖꼭지 밑으로 운동, 감각 모두 마비된 환자였다. 매일 같이 열심히 내려와 재활 운동을 하고 있는 환자는 성격 좋은 얼굴로 너털웃음을 지으며 꼭 열심히 운동해서 내년에 걸어서 인사하러 오겠다고 한다. 하지만 마음이 어려웠던 부분은 이런 척수 손상 환자는 아무리 열심히 재활하더라도 자가 보행을 기대해 볼 가능성은 의학적으로 0이다.환자에게 예후를 설명해주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그저 격려하는 것이 좋을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교수님께 여쭤봤을 때 대답은 "환자도 이미 안 되는 거 알고 있을끼다"였다. 현실적으로 어렵더라도 열심히 재활치료를 받지 않으면 다가오는 좌절감과 절망감에 고통스러워 하는 것보다 차라리 운동을 열심히 하기로 환자가 선택했다고 하셨다. 케이스 발표를 마치고 마음 속에 남아 있는 질문, '좋은 의사란 어떤 의사인가? 환자에게 좋은 의사는 어떤 의사인가? 좋은 크리스천 의사는 어떤 의사인가?'산부인과 한 여자가 엄마가 된다는 것은 정말 많은 변화를 수반한다 가장 놀라운 모성 생리변화는 공복시 저혈당(mild fasting hypoglycemia), 식후 고혈당(postprandial hyperglycemia), 고인슐린혈증(hyperinsulinemia)이었다. 배가 고플 때는 더 배고프게, 배부를 때는 위험을 무릅쓰고 지속해서 혈당을 높이고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켜 일시적으로 흡사 당뇨환자처럼 자신을 변화시키는 엄마 몸의 목적은 단 한가지, 아기에게 밥 주기. 이제껏 생존을 위해 철저하게 자신에게 이로운 선택을 해오던 인간의 몸이 아기가 생기는 순간 이렇게 한없이 비효율적인 선택을 한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고 경이롭다.순하디 순한 것 같은 태아에게도 주어지는 삶의 무게와 고난이 있었다. 배아시절부터 융모막외 영양세포(extravillous trophoblast)로 엄마혈관을 파괴해 혈류를 공급받으며 태반을 형성해야한다. 9주가 되어서야 이 영상처럼 파닥파닥 겨우 움직일 수 있고 약 40주 내내 혹여나 엄마가 일찍 내보내지는 않을지, 양수가 부족하지는 않는지, 혹시 터져서 GBS가 침투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많을 것 같았다.설상가상으로 나오는 과정도 쉬운 게 하나 없다. 실수로 옆으로 누워있거나 팔 하나만 빠졌다가는 엄마배를 갈라야 하고 엉덩이가 밑으로 가고 있어서도 안 되고 정확히 머리 뒤통수 소천문이 정해진 방향으로 돌면서 골반에 진입해야 하고 그에 맞춰 턱을 당기고 어깨를 으쓱으쓱해줘야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다.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고난 가운데 살아간다는 말이 태아에게도 해당한다는 사실이 약간은 가혹하게 느껴졌다.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보는 것은 단순히 한번의 출산이 아닌 기적 중에 기적이다. 여러 호르몬의 조절로 배란된 난자와 건강한 정자가 딱 맞는 시기에 만나야 하고 안정적이고 준비된 자궁 내막에 앉아야 착상이 가능하고 형성하는 태반의 위치, 엄마의 기저질환 여부, 이후의 적절한 호르몬 분비, 태아의 출산과정 등등 수많은 불확실성 속에서 정답만을 선택한 길 끝에 온전한 생명인 내가 있다. 그렇기에 아둥바둥 오늘 하루를 살아낸 우리는 수많은 기적과 기적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비록 고된 하루였더라도 오늘은 값진 선물이다.의사와 학생의 사이에서 가장 마지막 관문인 의사 국가고시를 100여일 정도 남겨둔 지금, 골학캠프 마지막 시험을 마친 날의 필자가 기대하던 4년 후 스스로의 모습에 완전히 부합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치열하게 하루하루 살아내고자 노력했던 나 자신, 그리고 함께 같은 길을 걸어온 선배, 후배 및 동기들, 열심을 다해 가르쳐주셨고 실제로 보여주셨던 교수님들과 학교, 그리고 무엇보다 의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배움의 동반자이자 살아 숨쉬는 교과서가 되어준 병원을 찾아온 환자들, 모두가 힘을 합친 끝에 있는 나는, 그 존재만으로 큰 가능성을 지닌 존재라고 믿는다.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비롯된 나라는 사실과 지금 느끼는 이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으며, 좋은 의사란 어떤 의사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또 그런 의사가 되기를 꾸준히 노력하며 살아가기를 소망해본다.
2022-09-05 05:00:00오피니언

의협 선관위 고광송 위원장 "의협회장 투표율 향상 시급"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대한의사협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광송 위원장이 다음 선거부턴 100% 전자투표 방식이 적용된다고 밝혔다.지난 5일 진행된 대한의사협회 출입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광송 위원장은 38대 선거부터 전자투표가 부분적으로 도입된 이후 그 비중이 계속해서 커진 상황을 전했다. 38~39대 선거에선 전자투표와 우편투표 비율이 비슷했지만 40대부터 전자투표 비중이 월등하다는 설명이다.대한의사협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광송 위원장고 위원장은 "41대 선거에선 우편투표가 600명 안팎 줄어 오히려 문제가 돼 투표방식을 재정립할 필요성이 있었다"며 "그 결과 이번에 총회에서 우편투표제를 폐지하고 100% 전자투표로 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고 말했다.우편투표를 선호하는 회원들이 남아있는 상황을 조심스럽게 짚기도 했다. 다만 시대적인 흐름에 따라 전자기기 사용이 자연스러운 젊은 의사회원이 늘어나고 있어 이 점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고 위원장은 이제 투표자 수를 늘리기 위한 방안을 고심할 때라고 강조했다. 현재 의협에서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회원이 5만6000여 명인데 이중 8000여 명이 연락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더욱이 연락이 가능한 4만8000여 명의 회원 중에서도 실제로 투표에 참여하는 회원은 50% 수준이어서 이를 끌어올리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고 위원장은 "모든 회원의 절대적인 지지 하에 회장이 돼야 회장으로서의 책임감도 생긴다고 본다"며 "이를 위해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가장 시급한 선결과제가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그는 연락이 어려운 회원들이 신규 의사일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의협에 가입하기는 했지만 아직 의사로서 자리를 잡지 못해 연락이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는 관측이다.이를 개선하기 위해 의사 국가고시 합격자에 직접적으로 연락하는 방안을 고민하긴 했지만,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의협 차원에서 머리를 맞대고 투표율 고취방안을 연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투표권자와 피선거권자와 자격 문제도 조명했다. 현재 의협 투표권자 자격은 2년 간 회비를 납부하면 주어진다. 하지만 일각에서 이 같은 방식은 국민이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투표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는 반발이 나오는 상황이다.이와 관련 고 위원장은 의협이 권익단체로 회원이 의무를 다하지 않을 시 권리가 정지되는 것이 정관으로도 정해져 있다고 강조했다.투표권과 달리 피선거권은 5년 간의 회비 납부에 더해 입회비를 내야 주어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입한 지 10~20년이 지난 회원의 입회비 납부여부를 확인하는 것에 난항이 있다고 짚었다. 특히 지역의사회를 통해 의협에 가입하는 경우 이를 추적하기가 더욱 어려워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선거관리의 허점을 짚기도 했다. 현재 의협 선관위는 부정 선거 등의 문제를 예방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감시하는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것.특히 회원들이 선거와 관련해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등의 행위를 추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짚었다. 다만 그는 이 같은 여건에서도 최대한 공정한 선거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고 위원장은 "선거 관리감독 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보이긴 한다. 또 특정 후보가 상대 후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을 때 의협 선관위 차원에서 이를 확인하는 것도 문제소지가 있다"며 "하지만 어찌 됐든 주어진 여건 하에 최선을 다해서 공정한 선거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결선투표에서 공식적인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선 지금의 방식이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장점이 있다고 답했다. 또 공정선거를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과 함께 향후 선거에서 각 후보가 변별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토론회 등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마지막으로 고 위원장은 "의협 선거가 전자투표로 정착이 돼 가고 있다 회원들의 인식도 높아지고 있고 투표율도 증가하고 있다"며 "불신과 우려가 남아있는데 걱정할 것 없다고 본다. 특히 전자투표는 시간·전략·경제적으로 절약이 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이어 "투표권이 있음에도 연락이 두절된 회원에게 더 관심을 가지고 연락을 취하겠다. 의협 차원에서도 노력해 달라"며 "회장, 대의원에게 대표성과 힘을 실어줄 수 있도록 많은 회원의 관심을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2022-07-07 05:10:00병·의원

치협, 임직원 워크숍 성료…치과계 주요 현안 논의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대한치과의사협회가 임직원 화합 및 소통을 위해 워크숍을 개최했다고 밝혔다.29일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지난 25~26일 양일 간 강원도 용평리조트에서 임직원 워크숍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워크숍은 2017년 이후 5년 만으로 박태근 협회장 등 임직원 80여 명이 참석했다.치협은 워크숍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로 미뤄졌던 친목을 도모하고 치과계 주요 현안에 대한 미래 발전방향을 심도있게 논의했다고 전했다.워크숍 첫날에는 특별강연이 진행됐다. 먼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나성식 부회장은 '국민과 함께하는 치과의사, 치과의사와 함께하는 협회'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치과의사국가시험연구소 전양현 소장은 '치과의사 국가고시의 변화 실기시험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강연을 이어갔다. 다음날인 26일에는 평창 오대산 월정사를 방문해 전나무숲길 트레킹 등을 진행했다.치협 박태근 협회장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워크숍이다. 오래 이어진 팬데믹 시대를 마감하고, 임직원이 수년 만에 한데 모여 허심탄회하게 친목을 나눌 수 있어 특히나 뜻깊다"며 "이번 워크숍을 계기로 협회 구성원이 더욱 화합해, 우리 치협이 회원들에게 모범이 되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대의원총회  우종윤 의장은 "우리는 같은 배를 탄 동료다. 배 안에서 동료끼리 싸우다 보면, 그 배는 침몰하기 마련이다"며 "협회장을 중심으로, 하나로 뭉치는 치협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22-06-29 19:06:51병·의원

의대생 하나로 묶는 '공정'이 안녕하지 않습니다

메디칼타임즈=박시영 학생 2020년 8월,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의하 공공의전)의 설립을 둘러싼 정부 및 여당과의 대립 끝에 우리는 강의실과 병원을 벗어나 여의도의 아스팔트 위에 섰다.2019년 법무부 장관 후보의 인사 검증 과정에서 자제 A씨의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부정 입학 정황이 포착되었고, 오랜 기간의 재판 끝에 해당 학교의 최종 결정이 나왔다.위 두 개의 사건들에 왜 젊은 의사∙의대생의 분노를 일으켰는가, 이 조용하고 자기 할 일 바쁜 집단이 왜 거리로 뛰쳐나와야만 했는가. 혹자들이 말하는 대로 그저 내 밥그릇 챙기기 위함인가? 여름의 찌는 더위 아래에서, 그 더위보다 더 뜨거운 마음으로 여당의 정책에 맞섰던 사람들 모두 각자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이 이유를 우리의 마음 한켠에 담고 있지 않았다고 생각할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최근 3년간 각종 언론, 커뮤니티에서 '의사'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만들어냈을 상기 두 사건과, 길 위에 서야만 했던 우리 젊은 의사∙의대생들을 묶어줄 하나의 키워드, '공정'말이다.부모의 도움을 받아 부정한 방법으로 만든 스펙을 통해 의전원을 합격하고, 유급에도 불구하고 장학금의 수혜를 입었던 A씨. 그리고 시민단체의 추천을 통한 입학을 계획하고 있던 공공의전. 모두 우리가 생각하는 공정의 가치를 짓밟는 일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꿈을 이룰 기회를 갖기 위해 했던 수많은 노력, 정당하게 만들어낸 결과를 기만하는 행위와 다름이 없었다.그리고 지금, 우리의 '공정'은 또 다른 위기 앞에 서 있다.2030의사와 의대생들을 주축으로 한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의사들의 모임(이하 공의모)'가 지난 3월 2일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제멜바이스 의대를 비롯한 헝가리 4개 의과대학의 보건복지부 인정이 부적절하다는 취지였다.대한민국에서 의사 국가고시를 통해 면허를 취득하려면 졸업한 해외 의과대학이 보건복지부의 인정을 받은 대학이어야 한다. 인정 절차 또한 19가지 항목으로 까다롭게 이루어진다. 이번 헝가리 의과대학에서 문제가 된 항목은 다음과 같다. 입학시 현지언어능력 검정 시스템이 미비함, 제한없는 입학정원, 유학생 특별반 운영.해당 항목들이 왜 문제가 되는지를 알려면 우선적으로 복지부에서 19개의 기준을 세워서 해외의대의 적격 여부를 판단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의료인은 국가적으로 엄격하게 정원이 관리된다. 또한, 학교가 의료인을 제대로 배출할 수 있는지 그에 대해 정기적으로 평가하며, 학교 자체적으로도 유급과 같은 수단을 활용해 수학능력이 미달되는 사람에게 재교육을 받도록 한다.몇 년 전 의료계에서 큰 이슈가 되었던 서남의대 또한 학교 자체의 문제로 인한 파행적인 교육과정과 미비한 실습체계 때문에 교과부로부터 의학과 폐과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예비 의료인들이 적절한 교육을 받아서 제대로 된 의료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복지부, 교육부 등 해당 부처에게 매우 중요한 사안임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부적격한 의료인이 배출된다는 것은 당장 환자들의 안전에도 직결되는 문제이지만, 더 나아가서는 국가의 보건의료체계에 심각한 위해가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그렇기에 의학 교육기관의 승인은 엄격한 잣대 아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문제가 된 헝가리 의대들은 어떻게 복지부의 인정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는가?의학 교육기관의 인정심사를 담당하는 복지부는 해당 업무를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에 위탁한다. 국시원에서의 인정심사는 의과대학교수 5인으로 구성된 '외국학교 인정심사위원회(이하 위원회)'가 담당하고 있다.이번 헝가리 의대에 대한 행정소송에서 쟁점이 된 부분도 바로 이 위원회에 대한 의혹에서 시작한다. 이 위원회가 공정한 평가를 진행했는가에 대해 의문이 생기는 정황들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2019년 방영된 MBC PD수첩에 따르면 헝가리 데브레첸의대의 경우 학부모의 95%가 의사였다. 헝가리 의대로 진학을 돕는 유학원의 자료에 따르면 매년 200명에 가까운 한국 학생들이 헝가리 의대로 유학을 택하는데, 이 중 50%이상이 학부모가 의사인 사람들이다. 헝가리 의대에서 다수의 인정기준에 부적합하다는 정황이 있음에도 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했다는 사실이 이러한 학생들의 배경과 연관이 없다고 생각하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이러한 의혹은 비단 헝가리 뿐만이 아니다. 의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헝가리 이외에도 우즈베키스탄, 몽골 등 여러 해외의대에 대한 복지부의 교육평가 공정성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대한민국에서 의사가 되기 위해 꼭 국내 의대를 졸업해야 할 이유는 없다. 앞서 말했듯 복지부로부터 인정받은 의대를 졸업해서, 국내에서 의사를 할 수 있는 자격을 취득하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의대 인정 절차에서부터 문제가 있다는 정황이 발견된다면, 제대로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책임기관이 해야할 일이다. 그것이 국민 건강을 위한 길이며, 더 나아가 공정이다. 불공정한 인정절차를 이용해 의사면허를 취득한 사람이 국내에서 의사로 잘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앞으로 그 어떤 국민이 의사들에게 신뢰를 보낼 수 있을 것인가.최근 젊은 사람들의 정치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공정에 대한 담론도 늘어났다. 지난 대통령 선거 기간 국민의 힘에서는 윤석열 후보 및 이준석 대표를 필두로 청년들의 공정에 대한 언급을 연일 이어왔고,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재명 후보가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하며 청년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행보를 보여왔다.청년들에게 있어 공정함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는 당연한 일이다. 공정함이 결여된다면, 그것은 필연적으로 힘을 가진 사람들이 대놓고 자신들을 위한 판을 깔 환경이 마련됨을 의미한다. 그 결과 사회는 계급이 고착화되고, 건강함을 잃어버리며, 궁극적으로 성장 동력이 소멸한다. 수천년의 역사 동안 신분사회를 가진 국가들의 쇠망이 이미 이를 증명하고 있다. 힘 없는 청년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사회가 건전하게 돌아가는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다.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에게 권리가 주어져왔다. 우리가 진정 공정을 원한다면, 스스로가 그에 대해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우리의 공정이 안녕하지 않음을 사람들에게 이야기 해야 한다.우리 젊은 의사, 그리고 의대생들에게 지금 이 순간 해외의대에 대한 관심과 의견개진이 필요한 이유이다. 또 본인이 이 글을 볼 독자이자 동료들에게 이 말을 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작금의 부적격 해외의대 사태, 우리의 공정은 안녕합니까? 이걸 보시는 동료분들, 정녕 안녕하십니까?
2022-04-25 05:00:00오피니언

자해 환자를 만난 날, 옳은 방향의 치료란 어려운 일

메디칼타임즈=정태종 전공의 지난해 어느 여름 날이었다. 응급실에서 연락이 왔다. 작업 중에 손을 베인 환자라고 한다.처음 본 환자의 인상은 다소 수줍은 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미성년자인지라 환자의 보호자인 어머니에게 상처가 깊게 패여 인대 및 심부조직 손상이 있으면 인대봉합술을 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처치실로 들어갔다. 환자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쓰고 있는 모자로 보일 듯 말 듯하게 눈을 마주치며 리도카인 마취 주사에 통증을 표시한다.상처를 조심조심 열어보니 깊지 않고 피하지방정도만 베인 상처였다.봉합을 시작하기전 우연히 시선이 손목 쪽으로 향한다. 현재는 아물었지만 3개 정도의 선형의 반흔들. 왠지 모를 심상치 않은 생각에 봉합을 하며 말을 걸었다."학생이세요?""네 ,고3이에요""에고 많이 힘드시겠네요, 코로나 때문에도 힘든데 더워서 어떡해요.""그러게요.""요즘 많이 힘들고 그래요?""네….""혹시 제가 우연히 손목에 상처들이 보이는데 어떻게 다치신 거에요?""아… 네…"  환자는 말끝을 흐렸다."혹시 스스로 상처를 낸 건 아니에요?""맞아요, 네….""요즘 많이 우울한가요?""네.""혹시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네, 가끔요.""많이 힘드셨나봐요, 혹시 이번에 이 상처도 스스로 낸 거에요?""네, 맞아요 사실…."손바닥에 깊지 않은 정도의 상처, 힘들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라도 해야 했으리라. 누군가에게 힘들다는 소리를 스스로를 해함으로 친 것이겠지."학업 스트레스가 많이 힘들죠, 저도 고3 여러 해를 보내서 힘든 거 알아요, 손목의 상처는 언제 있었던 거에요?""작년 12월이요.""12월이면 고3 공부해야 한다는 압박감 이런 게 심했겠다. 에고…지금까지도 많이 힘들었어요?""네 진짜 너무! 스트레스 받아요, 힘들어요!" 환자는 갑자기 언성을 높였다."혹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받아본 적 있어요?""아니오. 고3이라서 그런 거같아요.""제가 학교 다닐 때도 정신건강의학 공부를 했지만, 학업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를 갔던 친구들도 있었어요. 가면 누가 흉보거나 이상한 곳이 아니에요 생각보다 다녀오면 많이 편해질 수 있어요. 이번에 다친 상처는 제가 꼬매고 하면 분명히 나을거에요, 하지만 마음은 꼭 치료를 받아야할 것 같아요. 제가 어머님께 많이 힘들어하신다고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까요?"환자는 대답이 없었다."저는 하지말라고 하셔도 이야기할거에요, 저는 이런 사람이니까, 아픈건 보면 뭔가해주고 싶은 사람이라서, 미안해요 제가 있는 이유가 그것에 있어서 저는 그렇게 해야겠어요.""네." 역시나 답변은 짧았다."앞으로 학업 스트레스는 이번 해 이후에도 계속 될 수 있어요, 그때마다 이런 일이 생긴다면 더 슬픈 일이 생길 수도 있어요. 그런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상처는 이대로 소독 받고 2주 정도 쯤에 실밥 뽑으면 돼요. 제가 어머님과 이야기할게요."환자와의 대화를 마치고 어머님께 다가가 말씀을 나누며 상처는 깊지 않아 괜찮지만 다른 드릴 말씀이 있다고 했다."자녀분이 지금 스트레스가 많이 심한 것 같아요, 혹시 예전에도 스스로 손목에 상처를 낸 것 아세요?""네 알고 있어요.""제가 그것과 관련된 말씀을 드려도 될까요?""네 지금 대기실에 남편도 있으니까 같이 해주세요.""아버님 되실까요? 상처는 괜찮고 몇일후면 회복할 겁니다. 다만 제가 손목의 상처나 이번 상처가 스스로 해한 것이라고 해서 이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자녀분에게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했다."저는 사실 저희끼리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번에도 그런 것 같아서 안 그래도 너무 걱정이 되긴합니다"라는 보호자의 답변이 돌아왔다."올해도 물론 너무 중요한 해이지만, 앞으로 어떤 쪽을 선택하게될 지 모르지만, 학업 스트레스는 앞으로도 계속 있을텐데 이렇게 해결하게 된다면 이후에는 너무 늦을지도 모릅니다. 부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보셨으면 좋겠어요."응급실을 보다보면 이렇게 스스로를 해하지만 깊지 않은, 얕게 내는 상처로 오시는 분들이 있다. 크게 힘들다는 소리를 지르기에도 수줍은 지 다른 사람들이 불편할까봐 걱정하며 몸에 상처를 내서 표현하는 분들이 있다.뼈만 보고 나사나 스크류만 박는 외과계 의사지만, 응급실에서 가장 일차적으로 상처를 보게 된다. 과거 정신건강의학과에 흥미도 있었고 현재 나에게 큰 영감을 주는 사람이 이 쪽에 있어 나도 모르게 이 날은 더 주제를 넘어버린 것 같다.우리는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에서 환자와의 대화를 몇가지 주제로 끌어가고 결정(decision making)을 하는 연습을 하기에 이런 스스로 해하는 행동(self harm)에 관한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 같다.몇일 뒤에 다른 정신건강의학과 동료와 이야기하다 보니 오히려 이렇게 스스로 낸 상처에 큰 관심을 내는 것이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한다. 상처를 낸 모습에 타인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보며 계속해서 상처를 내어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습관으로 될 수도 있다고.마음이나, 상처나 아파서 오는 누군가를 치료하는 일은 생각보다 무척 어렵고 섬세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더 많은 사람에게 치료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이고. 어려운 일이다, 누군가에게 올바른 방향으로 치료를 이끌어낸다는 것은. 그러나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올바른 방향으로의 전환을 꾀할 수 있으니 쉬지 않고 더 고민하고, 문헌들을 찾고, 타인과 토론해야 한다. 그게 젊은 의사로 좀 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전공의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2022-04-11 05:10:00오피니언

의사에게 주어진 두 갈래 길

메디칼타임즈=이진규 학생(경북의대 본과 4학년) 의과대학을 졸업한 대부분의 학생 의사들은 병원에 인턴의 이름으로 취직하게 된다. 한 때는 의학을 배우며 기초 연구자를 꿈꾸는 학생도 있지만, 실제로 연구자의 길을 선택하는 학생은 1% 미만이다. 의과대학에서 배운 의학지식을 바탕으로 인체에 대해 연구하고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가는 매력을 가진 기초 연구자의 길을 대부분 선택하지 않고 병원에서 일하는 임상의의 길을 선택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이번 칼럼에서는 의대 졸업생 앞에 놓인 두 갈래 길, 임상 의학자와 기초 연구자, 그리고 그 가운데에 있는 중개의학 연구자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많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하얀 가운을 입고 청진기를 목에 두르고 병원에서 환자를 맞이하는 의사의 모습이 임상 의학자의 모습이다. 이들은 6년간의 의과대학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의사 국사고시를 통과해 의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 일정 규모 이상의 수련 병원에서 인턴 1년, 레지던트 3~4년의 수련을 받는다. 수련을 모두 마치면 의사 면허를 취득한 직후 받는 '일반의' 자격에서 특정 과에 대한 '전문의'로 승격하게 된다.총 10-11년간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시험을 통과한 전문의들은 동네 병원에서 일하기도 하고 개인 병원을 세우기도 하지만, 그 가운데 일부는 2-3년간의 임상강사 과정을 거쳐 우리가 대학병원에서 만날 수 있는 의과대학 교수님이 된다.이 때, 임상 강사에게 중요한 것이 '연구'다. 의과대학 교수는 환자를 진료하는 것은 물론, 의학 수준의 진보를 위해 임상 의학 연구자로써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야 하고, 동시에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의과대학 학생들을 교육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자리다. 모든 임상강사가 한정적인 의과대학 교수가 될 수는 없기에, 그 자질을 평가하는 지표로 사용되는 것이 임상의학 연구자로서의 능력과 자질이다.예를 들어 위암 수술을 하는 외과 교수를 희망하는 전문의가 있다고 하자. 이 전문의가 임상강사의 위치에서 환자를 수술하면서 현재 통용되는 수술법 혹은 환자 관리에서 문제점이 있음을 발견하기도 하고, 새로운 시도가 효과적임을 입증하기도 하고, 그것이 환자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를 평가해서 잘 짜인 논문의 형태로 출판하는 것이 임상 연구의 예라고 할 수 있다.반면, 기초연구자의 삶은 임상 의학자의 삶과 판이하게 다르다. 6년간의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의사 국가고시를 거쳐 일반의가 되는 것까지는 동일하지만, 병원에 취직하지 않고 학교에 남아 의과대학 대학원 과정을 거친다. 인턴, 레지던트와는 다르게 5년간 대학원생으로 기초 의학 연구를 배우게 되는데, 이 때 배우는 기초 의학 연구는 실제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의 전단계로 병의 기전이나 새로운 치료법의 원천 기술 등을 개발한다.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더 많은 환자에게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중요한 연구지만, 실제로 정립된 진단법이나 치료법을 바꾸고 신약이 개발되는 데까지 도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또한 5년간의 대학원 박사과정 교육 및 연구과정을 수료한 의사에게 주어지는 것은 전문의 자격이 아닌, 의학과 박사 학위가 주어지고, 이후 더 많은 연구경험을 쌓아 의과대학 기초의학 교수가 되거나 연구소에서 일하게 된다. 아쉬운 부분은 환자를 보는 임상 의학자, 전문의의 자리에 비해 직업적 안정성과 경제적 보상이 제공되지 않아 단순히 개인적인 흥미만으로 선택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부분이 연구 자체에 강한 흥미를 가지는 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임상 의학자로서의 진로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하지만 의학의 발전이 진료 현장에서 환자의 질병에 대한 임상적 발견에서 출발해 실험실에서 그 기전을 연구하고 치료법을 개발해 다시 병원 현장에서 치료법으로 적용, 확대 되는 과정을 거치므로 기초와 임상의 공동 연구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두 과정의 전문가가 매우 상이한 커리어 과정을 가지고 있어 공동 연구가 쉽지 않다.그래서 등장한 개념이 중개의학이다. 사전적으로 중개의학은 '생명과학 분야에서 새로운 발견과 인간의 질병과의 관련성을 결정함으로써 인간의 건강과 수명 향상을 목표로 하는 연구분야'로 정의한다. 풀어서 서술하면 '기전을 가진 기초 연구를 병원 임상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수행하는 연구'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예를 들면, 척추 측만증 환자의 문제를 해결하고 자하는 세 개의 집단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이론에 근거하여 측만증이 발생할 때 주변 근육들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생체 역학적으로 척추에게 가해지는 힘들이 어떻게 측만증을 유발하는지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둘째는 척추측만증 환자를 모아서 그들의 생활습관과 측만증의 정도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어떤 의학적 처치를 통해 측만증이 개선되고 환자가 치료될 수 있는지 조사하는 연구자가 있을 수 있다. 마지막 세번째로, 첫째 그룹이 밝힌 측만증 환자에게 가해지는 근육 혹은 구조적인 변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존의 치료법과 생활습관 교육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하고 그 효과를 평가하는 집단이 있다. 이들이 중개 의학자들이다.인생에서 자신의 뜻에 맞는 일을 하면서 적절한 경제적인 보상도 주어진다는 것은 큰 축복임에 틀림없다. 의사라는 직업을 획득한 이후에도 다양한 삶의 모양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사는 충분히 매력적인 직업이다. 특히나 연구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의학을 발전시켜 나가는 일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영광스럽고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그렇기에 기초연구든, 임상 연구든, 중개의학 연구든, 무언가 새로 발견하고 내 생각이 그것과 같음을 증명하고 나아가서 아픔 가운데 있는 환자에게 힘이 되어주는 무엇을 만들어가는 기쁨을 많은 의사 과학자 지망들이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2022-02-28 05:30:00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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